(서울=연합뉴스) 지난달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재임에 성공한 공정택 교육감이 당선되기가 무섭게 국제중학교 설립 재추진 의사를 밝히고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구체적인 입시전형까지 내놓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최종적으로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형식상 인가권은 교육감에게 있지만 교과부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도록 되어있어 설립권한은 사실상 교과부에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국제화, 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고 조기유학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취지는 좋다. 그러나 중학교 입시 부활과 학교 서열화, 초등교육의 파행, 사교육 광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국제중학교는 영어와 사회(세계사. 세계지리) 등 국제 관련 수업 시간을 확대하고 국어, 국사 등 일부 과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과목을 영어로 가르치는 "영어몰입교육"을 실시한다. 학생선발은 학교장 추천과 학생부 성적, 면접.토론, 추첨의 3단계로 진행된다. 연간 수업료는 480만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한다. 수업료만 해도 이 정도니 형편이 안되는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클 것이다. "사회적 배려대상자 특별전형"을 통해 일부를 선발한다고 해도 학비 부담때문에 지원자가 있을지 미지수다. "귀족 학교"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선발 과정에서 세번째 단계는 추첨이라고 해도 1단계와 2단계에서는 사교육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학생부 성적이 감안되고 학교장 추천 선별 기준이 없으니 교과성적을 수치화, 계량화 할 것이 뻔하고 인성교육과 창의성 교육이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일리가 있다. 게다가 장관, 교육감 주관의 경시대회 수상실적이 고려되니 내신대비와 경시대회 준비를 위해 사교육이 기승일 부릴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국제중학교 설립 취지 중 하나가 조기유학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영어몰입교육"에 대비해 영어교육 시작 연령이 낮아지고 어학연수와 조기유학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우리 초등학생들은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여름방학 중에도 많은 어린 학생들이 마음껏 뛰어놀기는 커녕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내몰렸을 것이다. 국제중 설립이 사교육 광풍을 부채질하고 초등생까지 입시경쟁으로 몰아넣는 결과가 되서는 곤란하다. 3단계 무작위 추첨도 문제다. 사교육 유발, 입시 과열 등의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추첨제를 도입한 것 같은데 이 같은 "로또식" 선발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한다는 학교 설립 취지에 합당한가 생각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