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8월 17일, 그토록 손꼽아 기다려오던 출국일이다. 과연 이 날이 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전날 밤엔 제대로 잠도 못자고 48시간 후에 난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하면서 마음을 졸였다. 공항에 가는 길에는 차에서 수많은 친구들과 마지막 통화를 하고 핸드폰을 정지시켰다. 이때 이것저것 복잡했던 나머지 “정지”가 아닌 “해지”라고 말을 잘못 해서 갔다온 후 핸드폰이 다시 살아나질 못했다. 그런데 원래 1년 정도 외국 나갈 때는 일시정지보단 해지하고 가는 게 훨씬 낫다고 한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나와 비슷한 지역에 배정된 언니와 친구를 만났다. 물론 같이 뭉쳐 다니겠지만 그래도 어른 없이 외국에 가는 일은 조금 많이 걱정되었다. 갈 때는 서울에서 LA, San Francisco를 거쳐 Dallas Fortworth로 갔는데, 짐을 찾고 부치고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이 신경 쓰였는데 몇 가지만 알고 가면 별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중간에 San Francisco에서 비행기가 3시간 정도 delay 되는 바람에 호스트와 한국가족에게 미리 준비했던 국제전화카드로 전화를 해서 알렸다. 그렇게 그럭저럭 DFW에 도착을 했는데, 나와 같이 갔던 두 명의 학생들은 대가족(?)이 나와 환영한 반면, 나는 아무도 없었다. 혼자 당황하며 오겠지 하고 기다리던 중에 지역 관리자 밑에서 일하시는 분 중 한명이 날 찾아서 호스트가 조금 늦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솔직히 이때 난 갑자기 엄청난 후회와 걱정이 밀려오면서 첫인상이 조금 안 좋을 뻔 했다ㅋㅋ.

하지만 20분 정도 기다렸을 때 호스트 아빠가 오셔서 악수를 나누고 차에 올라탔다. 나의 host family는 60살 정도 된 부부이며, 5명의 딸이 줄줄이 있고, 늦둥이 막내딸이 나보다 한 살 많았다. 나머지 언니들은 벌써 집을 나가 혼자 생활하고 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호스트 아빠와 집에 왔더니 호스트 엄마와 딸(Stefani), 그리고 딸 친구가 날 맞이했다. 그 때가 약 밤 10시 정도였는데, 다들 피곤해서 그런지 첫인상들이 굉장히 날카롭고 딱딱했다. 어쨌든, 스테파니가 날 내 방으로 이끌었는데, 독일에서 온 Claudia가 점심때 먼저 도착해서 세상모르게 자고 있었다. 난 비행기에서 한번도 안 깨고 잤기 때문에 큰 가방에 있는 짐을 조금씩 풀기 시작했는데, 내 가방에서 끝없이 나오는 라면들과 김을 보고 Stefani가 많이 놀랐다ㅎㅎ. 그렇게 첫날밤이 지나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Claudia와 정식 인사를 했다.

거실에 내려와 호스트 아빠 엄마, 그리고 Stefani 와 이야기하는데, 어제의 모습과는 다들 딴판이었다. 속으로 참 다행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첫 날 아저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나보고 거의 75% 정도는 영어를 잘 알아듣는다며 다행이라고 했다. 이 집은 과거에도 3주 교환학생을 수없이 받아온 집이었는데 1990년부터 일년에 한 두명씩은 꼭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에서 온 교환학생 2명을 받아본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명은 1990년 당시 알파벳만 아는 수준으로 와서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처음 나를 뽑을 때도 그러한 문제가 있을까 봐 조금 걱정했지만, 자기소개서와 SELP(?) 점수를 믿고 뽑았다고 한다. Claudia는 한 50% 정도 알아듣는 수준이었지만, 굉장히 outgoing 한 성격으로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재밌는 아이였다. 학기가 시작할 때까지 1주일이 있었는데, 그냥 집주변에서 산책을 다니기도 하고, 아무래도 여자애 3명이니 옷장에서 서로의 옷을 다 꺼내서 입어보기도 하고 그냥 그렇게 설렁설렁 보냈다. 각자 다른 대륙에서, 너무나 다른 성격을 가진 우리 세 명은 정말 서로를 외계인 취급하며 신기해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학교를 처음 간 날. 첫 강의실을 찾아 들어갔다. 나는 가기 전에 내가 다닐 학교의 bluescript를 살펴보고 어떤 과목을 내가 들을 수 있는 지 조금 알아보고 갔다. 몇몇 과목은 pre-requisite이라고 해서 그 과목을 듣기 전에 마쳐야 할 필수과목들이 정해져 있다. 그런 경우에는 예체능이 아니면 교환학생은 거의 못 듣게 되어있다. 나는 art 1, aerobics, world history, english, women's choir, algebra 2 pre-AP, chemistry를 선택했다. 이건 정말 쉬운 과목들이다. 일단 art 1은 그저 초등학교 미술시간과 같을 뿐인데, 일단 언어가 안되니 표현하는 것이라도 해보자는 생각에서 들었다. 나는 원래 미술적인 감각이 정말 없는 사람인데도 일주일 정도 후에 AP Art, 즉 대학교 미술 강의수준의 과정을 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 받았다. 그래서 바꾸려고 해봤는데 다른 시간표와 맞지 않아 그냥 그 반에 머물렀다. Aerobics 는 살을 빼보자는 심보로 신청했지만, 이 과목은 체육을 싫어하지만 PE 학점이 필요한 Seniors 들이 주로 신청하는 반이었다. 따라서 다른 체육부서들보다 운동하는 양이 극도로 작았다ㅋㅋ. World history 는 원래 10학년이 듣는 과목인데, 보통 교환학생들은 11학년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US history, 즉 미국사를 듣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미국사에 관심도 없을뿐더러 배워봤자 쓸데도 없을 것 같아서 counselor카운슬러를 설득한 끝에 세계사를 듣게 되었다. 세계사는 배우면 한국에 와서도 많이 도움이 되서 좋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 이 수업의 선생님께서는 그 전에 쭉 AP world history를 가르쳐 오신 분이라 정말 수업이 빡세고 숙제도 많아 일 년이 끝나는 날까지 일주일에 두 번은 밤을 샜다. english 는 처음에 그저 어렵고 점수도 안 나왔는데, 2학기에는 반에서 1등을 빼놓지 않고 했다. Women's Choir 은 우리학교 기초 여성합창부였는데, 원래 음악을 좋아하는 터라 신청했다. 한국에서 음악을 오랫동안 꾸준히 해 와서 그런지 선생님들에게 굉장히 관심대상이 되었고, 2학기 때는 오디션을 봐서 최고합창부에서 솔로와 단장를 맡게 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과목이 하나 정도 있으면 정말 미국 생활이 즐거워진다ㅋㅋ /ㅁ/. algebra 2 pre-AP는 우리나라 고1 까지 마치면 거의 할 게 없을 정도여서 pre-calculus를 들어도 괜찮은데, 수학선생님이 깐깐해서 내가 log함수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이유로 algebra 2에 넣어버렸다. Chemistry는 정말 처음에는 폭탄이었다. 숙제도 많고 프로젝트니 퀴즈니 하며 여러 잡다한 것도 많아서 정말 바닥을 쳤는데, 피나는 노력 (?) 으로 2학기때는 평균 100점으로 끝냈다. 원래 한국에서부터 과학을 무진장 싫어했는데 그렇게 한번 하고 나니 과학에 관심이 생겼다.

미국에서 과목 선택할때는 자신에게 조금 어려운 수준으로 선택을 하면 가장 적당하다. 물론 english는 솔직히 어려운 레벨로 듣기가 힘든데, 그것 이외에 수학이나 사회과학은 AP까지는 아니더라도 preAP 정도 선택해서 들으면 조금 어렵다 싶으면서도 어느 샌가 노력하다보면 그것에 적응하게 되어있다. 선택과목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자유롭게 선택하는 게 즐겁다. 하지만 내가 가서 하나 아쉬운 점이 있었다 하면 그건 바로 language를 듣지 않은 것이다.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영어도 안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2외국어 반에 들 수 있겠냐며 무조건 넘겼는데, chinese 1 이나 spanish 1 이라도 안 들은 게 너무 아쉽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art 1을 빼고 무조건 language 중에 하나 들었을 거 같다.

두번째꺼 올려요ㅋㅋㅋ
요즘 학원다니느라 너무 바빠서ㅠ_ㅠ밤에 이시간 말고는 못올리네요
제가 원래 글한번쓰면 끝이 안나요 주저리주저리
이글은 나를 위해서 쓰는거라기보단
그냥 내년에 갈애들 보고 참고하라궁?ㅋㅋㅋㅋ참 오지랍만 넓네요
이렇게 하다가는 진짜 책한권 내야 될거같애 ㄱ- 분량을 좀 줄여야겟네요
사진은.........포토샵을 어케하는건지몰라서ㅋㅋㅋ
한번 들를께요 사진 다 가지고!ㅋㅋ

기쁜날님!
음 글쎄요.. ^^
이 담번글에 올릴 생각이지만 굉장히 직설적이실때가 있었어요
너무 차갑게 느껴져서 한번 너무 슬펐어요!ㅠ_ㅠ
그런데 우리 호스트 정말 너무너무너무 좋은 분이셨어요...
여행을 참 좋아했는데 미국 끝에서 끝까지 갔어요!ㅋㅋ 샌디에고부터 뉴욕까지 갔으니깐요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뭘 써야될지 모르겠네요! 차차 글에서 드러날듯 ?